77.8%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 민주당이 행정부와 국회 동시 장악
한국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Lee Jae-myung) 후보가 당선됐다. 이재명 당선인은 보수 진영 김문수 후보를 수학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했다.
김문수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며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선인은 서울에서 지지자들 앞에 나타나 경제 활성화와 국가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희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며,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도 모두 대한민국의 동료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는 77.8%의 유권자가 참여해 한국 선거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됐다. 김문수 후보는 최근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 내각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민주당은 수년간 야당이었지만, 이번 대선 승리로 이미 과반 의석을 확보한 국회와 함께 2022년 이후 처음으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게 됐다. 탄핵으로 공석이던 대통령직에 당선자가 결정됨에 따라 별도의 인수위 기간 없이 수요일 바로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예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선포해 정치적 혼란을 야기했다. 그는 정치적 분열과 공산주의 세력의 위협을 이유로 들었지만, 북한과 중국의 영향력을 번갈아 언급하며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났고, 국회 앞에서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윤석열은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을 24만7077표 차이로 간신히 이겼지만, 계엄령 선포와 탄핵 후 거부 행위가 많은 유권자들을 민주당으로 돌아서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20년간 정치 경력을 쌓은 이재명 당선인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한미관계를 미래지향적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으며, 한중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한러 외교 증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인공지능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해 한국을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공약이 부족해 어떤 외교 정책을 펼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전 보수 정부의 강경 노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이재명 당선인은 1조달러 규모의 부동산 개발 스캔들, 북한 불법 송금 의혹, 정부 법인카드 오남용 의혹 등 여러 형사 사건을 안고 취임하게 된다. 한국 대통령은 내란죄나 반역죄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형사처벌 면책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