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레나카파비르, 기존 일일 복용 약물 대체할 혁신적 치료법으로 주목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6개월마다 투여하는 HIV 예방 주사제를 승인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승인은 성병으로 전파되는 HIV 바이러스와의 수십 년간 투쟁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HIV 감염 예방을 위한 약물인 노출 전 예방요법(PrEP)은 10년 이상 존재해왔지만, 대부분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알약 형태여서 전 세계 감염률을 크게 줄이지는 못했다. 길리어드의 다니엘 오데이(Daniel O’Day)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이번 승인이 HIV와의 수십 년간 투쟁에서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예즈투고(Yeztugo)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는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는 성인과 청소년에서 HIV 전파 위험을 99.9% 이상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강력한 백신과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는 의미다.
길리어드는 두 차례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 여성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시험에서는 감염률이 100% 감소했으며, 기존 일일 복용 약물인 트루바다(Truvada)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남성과 성소수자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시험에서는 단 2건의 감염만 기록되어 99.9%의 예방률을 달성했다.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 반응, 두통, 메스꺼움 등이 있었다. 두 시험 결과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되었으며, 사이언스지는 레나카파비르를 2024년 ‘올해의 돌파구’로 선정했다.
하지만 높은 약값에 대한 우려가 희망을 꺾고 있다. 2021년 FDA 승인을 받은 기존 장기 작용 HIV 예방 주사제인 카보테그라비르는 연간 수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 아직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길리어드가 예즈투고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분석가들은 미국 출시 비용이 연간 2만5,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HIV 치료제로 이미 승인된 레나카파비르의 현재 정가는 연간 3만9,000달러지만, 예방용으로 사용될 때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활동가들은 HIV 팬데믹 종식을 위해 길리어드가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리버풀 대학교의 앤드루 힐(Andrew Hill) 교수는 연간 2만 달러 이상의 가격으로는 고소득 국가조차 레나카파비르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량 생산 시 연간 개인당 25달러까지 판매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 10월 6개 제약회사와 협정을 체결해 120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제네릭 버전을 생산하고 유통하기로 했다. 또한 12월에는 글로벌 펀드와 별도 협정을 맺어 200만 명분의 약물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의 에이즈 구호 프로그램(PEPFAR) 예산 삭감으로 이 협정의 미래에는 불확실성이 드리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