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C
New Jersey

박혜선 원장님 칼럼 – 전립선암

Must read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82)이 최근 뼈로 전이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율이 높은 암이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된 후 진단되면 5년 생존율이 30 – 40%에 불과하다. 한국의 전립선암 환자의 약 절반은 병기 3기에서 진단되며, 인종적 특성상 같은 병기라 하더라도 악성도가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절반에 달한다. 의료계는 전립선암이 머지않아 폐암을 제치고 한국의 남성암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50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연 1회 전립선암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에서 요도를 둘러싸고 위치한 남성 생식기관으로, 정액을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생기는 전립선암은 일반적으로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4개월 만에 전립선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는 그가 수년간 전립선암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미국 현지 언론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14년 이후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과잉 진단과 불필요한 치료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70세 이상 고령 남성에게 PSA 검사를 일률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전립선암을 늦게 발견하는 이유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있더라도 흔한 전립선 비대증과 유사해 암으로 의심하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또 전립선암을 “순한 암”으로 인식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모든 전립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6%로 높은 편이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된 후에는 48%로 급격히 낮아진다. 게다가 전립선암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PSA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PSA 검사 수검률은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인의 전립선암 중 악성도가 높은 고위험군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전립선암 환자의 50% 이상이 고악성도 암에 해당하며,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그 비율이 68%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구권의 고위험 전립선암 비율(20~30%)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같은 국소암(전립선 내에 국한된 암)이라 하더라도 병기가 높거나, 글리슨 점수가 8점 이상인 고악성도 전립선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리슨 점수는 전립선암 세포의 분화 정도를 평가해 최대 10점까지 부여하는 악성도 지표로, 8점 이상은 매우 공격적인 암으로 분류된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진단받은 전립선암도 글리슨 점수 9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세 이상, 매년 PSA 검사 권고”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일수록 조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립선암을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PSA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PSA 검사는 혈액 내 전립선특이항원 농도를 측정하는 검사로, 대표적인 전립선암 선별검사다. 일반적으로 PSA 수치가 3ng/mL을 초과하면 전립선암뿐 아니라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 등 전립선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50세 이상 남성은 1년에 한 번 PSA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대체적으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에서 PSA 검사 항목이 추가되어 있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5세부터 PSA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른 질환 치료를 위해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거나, 탈모 치료제를 복용 중인 경우에는 연령에 관계없이 매년 PSA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탈모 치료제는 PSA 수치를 실제보다 낮아 보이게 하는 작용이 있어,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SA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전립선암인 것은 아니므로, 즉시 치료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추가 진단을 위해 직장수지검사와 직장경유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직장수지검사는 의사가 항문을 통해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의 크기와 종양 여부를 촉진하는 방법이다. 직장경유 초음파검사는 직장 내에 초음파 기구를 삽입해 전립선의 구조를 관찰하는 검사다.
여러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이 의심되면, 초음파를 이용한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전립선 조직검사는 초음파 영상으로 전립선을 확인하며 바늘을 이용해 12군데에서 소량의 조직을 채취해 암세포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최근 주목받는 검사법으로는 퓨전 조직검사가 있다. 이는 초음파 영상과 MRI를 실시간으로 융합해 3차원 이미지로 암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후, 해당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기존 검사법에 비해 정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립선암이 발견되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기본적인 치료법으로는 수술, 방사선요법, 항호르몬제 투여 등이 있다. 1~2기 국소 전립선암에서는 완치를 목표로 수술 치료를 할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 약물 치료보다 재발률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발기 부전과 요실금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립선암 진단 후 수술을 바로 시행하지는 않는다. 암이지만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적극적 관찰’ 기간을 두고 치료 시기를 조절한다.
3기 전립선암도 60~70% 정도는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재발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치료 후에도 암이 재발할 수 있으며, 재발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립선암 치료 성적을 5년 생존율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전이가 있는 4기 전립선암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치료를 진행한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성장하므로, 항호르몬제를 사용해 남성호르몬을 차단한다. 뼈 전이가 많거나 폐나 간 등으로 전이가 진행된 경우에는 항암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최신 전립선암 치료는 수술 중심에서 비수술적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1~2기 전립선암의 표준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가 수술과 같은 완치율이 있으므로 방사선과 의사를 만나 상의 후 수술과 방사선 치료의 득실을 잘 따져본 후 결정하기로 한다. 향후에는 중입자 치료(Proton therapy)의 활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이온을 이용해 암세포를 정밀하게 파괴하는 고정밀 방사선 치료법이다. 수술 없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과 독일에서 오랜 기간 시행된 중입자 치료 성과를 보면, 전립선암 치료 성적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고위험 전립선암 환자에서도 90% 이상의 치료 성적을 보인다. 안타깝게도 이 치료법은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이 앞장서 가고 있다. 우선은 초기 진단이 중요하고, 쉽게 되는 편이므로 너무 걱정을 안 해도 되고, 골반과 요추 근육운동을 통해 방광과 전립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자.
40년간 혈액종양 전문의로서 환자들의 건강을 살피며 느낀 점은, 질병은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으시거나 추가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찾아오십시오. 제가 가진 전문 지식으로 여러분의 건강을 함께 지켜드리겠습니다.
“40년 혈액종양 전문의 박혜선 선생님이 전하는 건강한 삶을 위한 질병 예방과 관리의 이해”가 여러분의 건강 관리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Advertisement -spot_img

More article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 Advertisement -spot_img

Latest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