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업자들 평균 60% 벌통 손실, 6억 달러 피해 발생으로 식량 안보 위협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꿀벌 대량 폐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밝혀냈다. 미국 농무부(USDA)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생 진드기가 주요 방제 화학물질에 대한 저항성을 발달시켜 꿀벌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것이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양봉업자 중 한 명인 브렛 아디(Bret Adee)는 5만5천 개의 벌통에서 20억 마리의 꿀벌을 기르고 있다. 1930년대부터 가족이 운영해온 이 사업체는 사우스다코타에서 전국으로 꿀벌을 운송하며 아몬드, 양파, 수박, 오이 등의 작물 수분을 담당한다. 지난 12월 캘리포니아에서 월동 중이던 그의 꿀벌들이 추위로 인해 벌통 위에 모여 체온을 유지하려 했지만, 매주 지속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결국 아디는 자신의 꿀벌 75%를 잃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꿀벌 대량 폐사로 기록되었으며, 양봉업자들은 평균 60%의 벌통을 잃어 6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USDA 연구진이 113개 벌통에서 수백 개의 샘플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벌통이 바로아 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꿀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확인했다.
바로아 진드기는 인간 몸에 비유하면 접시 크기에 해당하는 기생충으로, 일벌 사이를 기어다니며 점프한다. 감염이 없을 때는 꿀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질병이 있으면 빠르게 확산시킨다. 모든 양봉업자들이 진드기 방제를 위해 사용하는 아미트라즈라는 살충제에 대해 모든 진드기가 저항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바로아 진드기는 전 세계적으로 최소 4가지 주요 진드기 방제제에 대한 저항성을 발달시켜 양봉업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서식스 대학교의 노먼 캐렉(Norman Carreck) 선임 기술자는 유일하게 남은 효과적인 합성 화학물질인 아미트라즈에 대한 광범위한 저항성 발달은 시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미트라즈 저항성 진드기의 발견만으로는 작년의 기록적인 폐사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기후 변화, 살충제 노출, 단일 작물 농업 확산으로 인한 꽃가루와 꿀 공급원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미국 꿀벌의 연속적인 군집 죽음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많은 미국 양봉업자들은 매년 30% 이상의 벌통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속적인 꿀벌 군집 손실이 식량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꿀벌은 북미 전역에서 100가지 이상의 상업 작물을 수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수분 행사인 캘리포니아 아몬드 개화 시즌에는 미국 꿀벌의 70%가 동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