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심, 정신질환 위기 대응 중 26세 빅토리아 리 사살한 경관 불기소…유가족과 지역 단체는 ‘경찰 과잉 대응’ 비판
뉴저지주 대배심이 지난해 포트리(Fort Lee)에서 정신질환 위기 상황에 있던 26세 한인 여성 빅토리아 리(Victoria G. Lee)를 총격 사살한 경찰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뉴저지주 검찰총장실은 지난 15일 이 같은 대배심의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사건은 2024년 7월 28일, 리 씨의 남동생이 누나가 정신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911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포트리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피나클 아파트로 출동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리 씨의 남동생은 처음 구급차를 요청했으나 안전을 위해 경찰이 동행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잠시 후 신고를 취소하려 했지만, 누나가 ‘접이식 칼’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흉기 소지에 따른 고위험 상황으로 판단했다. 현장에 도착한 토니 피켄스 주니어(Tony Pickens Jr.) 경관은 아파트 밖에서 남동생과 대화한 후, 집 안에 있던 리 씨와 그녀의 어머니와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리 씨는 문을 닫고 잠갔다. 경찰이 강제 진입을 경고하며 수차례 문을 열 것을 요구하자, 리 씨는 “어디 한번 해봐, 목을 찔러버릴 거야”, “쏘고 싶으면 쏴” 등의 위협적인 말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아파트에 진입했을 때, 리 씨는 문 근처에서 큰 물병과 칼로 보이는 물체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어머니를 뿌리치고 경찰관 쪽으로 움직이자 피켄스 경관은 한 발의 총을 발사했고, 총알은 리 씨의 가슴에 명중했다. 리 씨는 잉글우드 병원(Englewood Hospital)으로 이송되었으나 이날 오전 1시 58분경 사망 선고를 받았다. 현장에서는 칼 한 자루가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2019년 제정된 법에 따라 주 검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대배심에 회부됐다. 대배심은 월요일 ‘노 빌(no bill)’ 투표를 통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리 씨의 유가족과 한인 사회는 경찰의 대응에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유가족은 성명을 통해 리 씨의 어머니가 현장에서 “왜 칼이 아닌 물병을 든 사람에게 총을 쏘았느냐”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뉴저지한인회 역시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했다. 아시안아메리칸연맹(AAPI) 뉴저지 지부와 한인유권자센터(KACE), 민권센터 등 다수의 단체 연합은 “빅토리아 리는 오늘 살아있어야 했다”는 성명을 내고, 관련 경찰관의 책임을 묻고 지역사회가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 위기 대응 중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나지 시브룩스, 앤드류 워싱턴 사건에 이어 발생했으며, 두 사건의 관련 경찰관들도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아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