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관행 뒤집은 새 정책에 ‘가족 생이별’ 등 피해 속출… 법원, 위헌 소지 있다며 제동 걸지 주목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불법 체류 이민자들을 체포 시 보석 없이 구금하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민자 인권 단체들은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관행을 뒤집는 이번 조치가 수만 명의 이민자와 그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다며 연방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8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새로운 지침을 전달했다. 기존에는 도주나 사회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이민자에게 보석을 허용해 추방 재판을 준비하도록 했으나, 이제는 최근에 불법 입국하다 적발된 이들과 동일하게 장기 체류자들까지도 재판 기간 내내 구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안보부(DHS)는 “수백만 명의 미검증 불법 체류자”를 지역사회로 풀어주던 “허점”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들은 이 정책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집단 소송을 주도하는 ‘노스웨스트 이민자 권익 프로젝트’의 법률 책임자인 맷 애덤스(Matt Adams)는 법규가 이들에게 보석 심리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지만, 행정부가 법을 새로 쓰려 하고 있다며 이는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번 소송에는 2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며 미국 시민권자인 두 자녀를 홀로 부양해 온 싱글맘 아나 프랑코 갈다메즈(Ana Franco Galdamez)도 원고로 참여했다. 유방암 치료를 마친 그는 구금 후 유방암 추적 검사를 놓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중증 인지 장애가 있는 세 자녀의 유일한 부양자인 65세 남성 등,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전과도 없는 이들이 구금되어 가족과 생이별을 겪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 정책으로 인해 의뢰인들이 갑작스럽게 보석을 거부당하는 황당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변호사는 수십 년간 세금을 내고 네 명의 미국 시민권자 자녀를 둔 의뢰인의 보석이 당연히 허용될 것이라 믿었지만, 재판정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정부 측 주장에 따라 기각되었다며 망연자실했다.
열악한 구금 시설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추방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7년간 미국에 거주했던 알프레도 후아레스 제페리노(Alfredo Juarez Zeferino)는 구금 시설의 비인간적인 환경을 견디다 못해 결국 멕시코로 돌아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러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사람들이 스스로 떠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의회가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이 정책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연방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