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마다 모든 거주자를 집계하는 센서스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으로, 연방 예산과 의회 의석 배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 예상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서류 미비 이민자를 인구조사(센서스) 집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10년마다 미국 내 모든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인구조사의 기본 원칙을 뒤흔드는 발언으로, 향후 연방 예산 배분과 정치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상무부에 2024년 대선 결과와 정보를 활용해 현대적 사실과 수치에 기반한 새롭고 정확한 인구조사를 즉시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사람들은 인구조사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인구조사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10년마다 시행되는 국가적인 인구 통계 조사다. 이 조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수를 파악하여 각 주에 배분될 연방 하원의원 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마지막 조사는 2020년에 실시되었으며, 당시 처음으로 온라인을 통한 참여가 가능했다.
인구조사는 단순히 인구수만 집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참여자들은 인종, 민족, 연령, 성별과 같은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정보 외에도 가구 소득, 주거 형태, 교육 수준, 직업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연방 정부가 주 및 지방 정부에 지원금을 배분하는 기준이 된다. 도로, 학교, 병원, 응급 서비스 등 사회 기반 시설 구축과 공공 서비스 계획 수립에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미국 인구조사국 웹사이트에 따르면, 인구조사국의 사명은 미국 국민과 경제에 관한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가 최고의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구조사국은 10년 단위의 인구조사 외에도 매년 ‘미국 지역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를 통해 더 상세한 가구별 인구통계 정보를 수집하여 정책 결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첫 인구조사는 1790년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 주도하에 시행되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후 1840년 인구조사법 제정으로 전담 사무소가 설치되었고, 1903년 상무부 산하의 인구조사국으로 공식 출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로운 인구조사 요구에 대해 인구조사국과 상무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모든 거주자를 포함하는 인구조사의 역사와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