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웨스턴대 연구팀, 25년간의 연구 통해 슈퍼에이저 뇌의 구조적·면역학적 특징 규명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크기가 줄어들고 기억력도 감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여기, 시간의 흐름에 맞서는 듯한 뇌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80세가 넘었음에도 50대와 맞먹는, 혹은 그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슈퍼에이저(SuperAger)’로 불린다.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인지신경학 및 알츠하이머병 연구소는 지난 25년간 113명의 슈퍼에이저를 연구하며 그들의 뇌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왔다.
연구를 이끈 타마르 게펜(Tamar Gefen) 교수에 따르면, 슈퍼에이저의 뇌는 여러 면에서 일반 노인, 심지어 젊은이들의 뇌와도 다른 특징을 보였다.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기억과 학습에 필수적인 뇌 영역인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에서 나타났다. 이 영역의 신경세포(뉴런)는 알츠하이머병의 첫 공격 대상 중 하나인데, 슈퍼에이저의 뇌에서는 이 세포들이 놀라울 정도로 크고 건강하며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30대 젊은이들의 뉴런보다도 더 큰 것으로 확인되어, 뇌의 구조적 견고함이 남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주의력과 동기 부여를 담당하는 ‘대상피질(cingulate cortex)’은 50~60대보다도 두꺼웠으며, 기억의 중심부인 ‘해마(hippocampus)’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지표인 타우 단백질 엉킴(tau tangles)이 동년배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뇌의 면역체계에서도 차이가 발견됐다. 슈퍼에이저의 뇌 백질에서는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활성화 수준이 현저히 낮았는데, 이는 30~50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뇌에 유해 물질이 적거나, 면역체계가 질병에 효율적으로 반응한 뒤 빠르게 안정 상태로 돌아가는 능력이 뛰어남을 의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슈퍼에이저들의 생활 습관이 반드시 모범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사회적 교류를 즐기고 강한 자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지만, 식단이나 운동 습관은 평범한 동년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일 맥주 4병을 마시는 슈퍼에이저도 있을 정도다. 이는 뛰어난 뇌 기능이 단순히 건강한 생활 습관의 결과물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유전적 요인, 특히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정복의 길이 단 하나의 해법에 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