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구, 발 각도 5~10도 조절만으로 무릎 관절염 통증 줄고 연골 손상 늦춰
매년 약 90만 명의 미국인이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는다.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에 따르면, 이 수술의 대부분은 1,4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무릎 수술은 흔하지만 회복 과정이 길고 합병증의 위험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나이에 수술을 받으면 추후 재수술이 필요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이유로 의학계는 산호 임플란트부터 최소 침습 주사 요법에 이르기까지 무릎 골관절염을 치료할 대안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단순히 걷는 방식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무릎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무릎 골관절염은 무릎 관절의 연골이 마모되어 뼈끼리 마찰하면서 통증, 부기, 뻣뻣함 등을 유발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노화로 인한 마모가 주된 원인이지만, 과체중, 과거 무릎 부상, 관절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압박 등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코르티손 주사, 물리치료, 무릎 보호대 착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게 된다.
최근 의학 저널 ‘랜싯 류마톨로지(The Lancet Rheumatology)’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걷는 동안의 발 각도가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과 통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NYU 랭곤 헬스(NYU Langone Health), 유타 대학교(University of Utah),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공동 연구팀은 경증 및 중등도의 무릎 골관절염을 앓는 남녀 68명을 대상으로 1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트레드밀에서 걸을 때 자신의 자연스러운 보행 각도에서 발을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5~10도 정도 비트는 훈련을 받았다. 연구팀은 MRI 스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의 무릎 통증, 무릎 하중, 연골 미세구조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 발 각도를 조절하며 걸은 그룹은 일반적인 보행을 한 그룹에 비해 무릎 안쪽 연골의 퇴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골관절염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가 무릎 안쪽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발견이다. 또한, 발 각도를 조절한 참가자들은 10점 만점의 통증 척도에서 2.5점의 통증 감소 효과를 경험했는데, 이는 일반의약품 진통제를 복용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더 나아가 이들의 무릎 최대 하중은 4% 감소한 반면, 평소대로 걸은 그룹은 오히려 3% 이상 증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비만 환자를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각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보행법을 찾는 연구도 계획 중이다. 공동 수석 저자인 NYU 그로스만 의과대학의 발렌티나 마촐리(Valentina Mazzoli) 박사는 이번 결과가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인 접근법을 취하기보다 개인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간단한 보행 습관의 변화가 무릎 골관절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