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 트렌턴(Trenton)의 이민자 밀집 지역인 챔버스버그(Chambersburg)에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영장 없이 한 남성을 체포하려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5시간 가까이 대치하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리드 구시오라(Reed Gusciora) 트렌턴 시장에 따르면, 21일 오전 7시경 표식 없는 차량을 탄 ICE 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한 남성을 구금하려 했으나, 법원이 발부한 사법 영장을 제시하지 못했다. 남성이 자택으로 피신하면서 대치 상황이 시작됐다. 구시오라 시장은 트렌턴 경찰은 지역 평화 유지를 위해 현장에 있었을 뿐 ICE를 돕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영장도 없이 작전을 벌인 ICE의 행태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이 벌어진 주택 밖에서는 지역 ‘신속 대응팀’을 포함한 수십 명의 이웃이 경찰 통제선 뒤에 모여 ICE의 투명성과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10년 이상 이곳에 거주한 아나 푸에요 씨는 챔버스버그가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지에서 온 이민자 가족들의 터전이자 ‘피난처 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세인트 바르톨로뮤 루터교회의 에릭 쿠스만 목사는 ICE가 체포하려던 가족을 잘 안다며, 해당 남성은 일용직 노동자이고 아내는 청소 회사에서 일하며 1세부터 10세까지의 자녀 5명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집 안에 온 가족이 함께 있다며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것이 곧 예수를 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경 순찰대’와 ‘국토안보수사국(HSI)’ 조끼를 입은 요원들은 오전 11시 45분경까지 주택 밖에 머물다 결국 체포 없이 현장을 떠났다. 구시오라 시장은 ICE가 영장을 소지하고 작전 시 통보하며 체포 사유를 명확히 밝히는 등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상이 갱단원이나 마약 카르텔 조직원이라면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니 왓슨 콜먼(Bonnie Watson Coleman) 연방 하원의원(민주, 뉴저지) 역시 이번 작전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복면을 쓰고 신원을 밝히지 않는 행위는 다른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비미국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트렌턴 경찰 또한 성명을 통해 ICE 작전에 관여하거나 협력하지 않았으며, 오직 안전 유지를 위해 현장에 있었다고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대치 상황이 폭력 사태 없이 끝났지만, 지역 사회는 여전히 충격에 휩싸여 있다. 주민 푸에요 씨는 주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ICE는 이번 작전에 대한 언론의 문의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트렌턴서 영장 없는 ICE 단속 시도…주민 반발에 5시간 대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