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타이레놀 성분과 자폐증 연관성 경고… 제약사 및 의학계는 ‘과학적 근거 없다’며 일축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방 식품의약국(FDA)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일반의약품명)에 대한 의사 공지를 발표하고 라벨 변경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매우 높일 수 있다며,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한 임신 중 약물 사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 발표는 뉴저지 서밋(Summit)에 본사를 둔 타이레놀 제조업체 켄뷰(Kenvue)를 비롯해 주요 의료 단체와 자폐증 커뮤니티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타이레놀은 임신 중 통증이나 열을 치료하는 데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몇 안 되는 일반의약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번 소식은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켄뷰 측은 성명을 통해 독립적이고 건전한 과학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이와 다른 어떤 제안에도 강력히 반대하며 이것이 임산부에게 가하는 건강상의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기간 내내 필요한 경우 임산부를 위한 가장 안전한 진통제 옵션이라며, 이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해로울 수 있는 발열과 같은 상태를 견디거나 더 위험한 대안을 사용해야 하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역시 행정부의 경고를 일축했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ACOG)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임상의들에게 매우 우려스러울 뿐만 아니라, 임신 중 이 유익한 약에 의존해야 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해롭고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모체태아의학회(SMFM) 또한 기존 연구가 인과 관계를 확립하지 못했다며,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폐증이나 기타 신경행동 문제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기존 권고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타이레놀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 과거 여러 연구에서 신경 발달 장애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반면,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자폐증은 질병이 아닌 의사소통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로, 그 원인은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증 커뮤니티를 위한 비영리 단체들은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 조장이 아닌 증거에 기반한 지침과 지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폐증 과학 재단은 임신 중 발열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위험을 줄이지 못할 수 있는 조치를 제안하거나 가족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전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