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 뇌간에서 통증 신호 차단하는 특정 신경세포군 규명… 행동 치료 가능성도 제시
미국 내 약 5천만 명이 겪는 만성 통증은 단순한 상처가 아물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뇌 회로가 과민해지는 현상이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J. 니콜라스 베틀리(J. Nicholas Betley)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 만성 통증을 멈출 수 있는 뇌 속의 내장된 ‘오프 스위치’를 발견해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었다.
연구팀은 뇌간(brainstem)의 특정 부위인 외측완방핵(lPBN)에 위치한 ‘Y1 수용체(Y1R) 발현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군이 지속적인 통증 신호가 뇌의 다른 부분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규명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이 연구는 만성 통증의 신경학적 기반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급성 통증은 뜨거운 물체에 닿았을 때처럼 위험을 피하게 돕는 생존 신호지만, 만성 통증은 위험이 사라진 후에도 경보가 계속 울리는 것과 같아 통증 자체가 문제가 된다. 베틀리 교수는 “만성 통증은 뇌의 입력 신호가 민감해지고 과활성화된 상태”라며 “이 신호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치료법 개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피츠버그 대학교, 스크립스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칼슘 이미징 기술로 뉴런의 활동을 실시간 관찰했다. 그 결과, Y1R 뉴런은 급성 통증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통증 상태에서도 꾸준히 활성화되는 ‘강직성 활동(tonic activity)’을 보였다. 이는 사고나 수술 후에도 오랫동안 느껴지는 지속적인 통증 상태를 뇌가 암호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베틀리 교수가 배고픔이 장기적인 통증 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찰에서 시작됐다. 그는 “배가 고플 때는 통증 완화제보다 배고픔이 통증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연구실 대학원생이었던 니산 골드스타인(Nitsan Goldstein)은 갈증이나 두려움 같은 다른 생존 욕구 역시 지속적인 통증을 줄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은 뇌가 통증보다 더 시급한 생존 욕구를 우선시하는 시스템을 가졌음을 시사했다.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신경펩티드 Y(NPY)’라는 신호 분자다. 배고픔이나 두려움이 우선순위가 되면, NPY가 외측완방핵의 Y1 수용체에 작용해 진행 중인 통증 신호를 약화시킨다. 골드스타인은 “뇌가 포식자를 마주하는 등 더 급한 위협이 있을 때, NPY를 방출해 통증 신호를 잠재우고 생존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틀리 교수는 이번 발견이 만성 통증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Y1 뉴런의 활동을 활용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신경세포들을 측정하고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면 치료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운동, 명상, 인지 행동 치료 같은 행동 개입이 이 뇌 회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