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40대 남성, 햄버거 섭취 후 숨져… 지연성 반응 보이는 ‘알파갈 증후군’의 치명성 경고
2024년 여름, 뉴저지에 거주하던 47세의 건강한 아버지가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검 결과는 명확한 사인을 밝히지 못했고, 그의 죽음은 ‘원인 불명의 급사’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포기하지 않고 친구인 소아과 의사 에린 맥필리(Erin McFeely) 박사에게 부검 보고서 검토를 요청했다. 보고서를 본 맥필리 박사는 직감적으로 버지니아 대학의 알레르기 및 면역학 전문가인 토마스 플래츠-밀스(Thomas Platts-Mills) 박사에게 연락했다. 그는 약 20년 전 진드기에 물리면 붉은 고기에 대한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이 알레르기는 ‘알파갈 증후군(alpha-gal syndrome)’으로 불리며,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특이점을 갖는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를 섭취한 후 수 시간이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은 종종 심한 식중독이나 위장염으로 오인하곤 한다. 한밤중에 갑작스러운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깨어나는 경우가 많다.
플래츠-밀스 박사는 진드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육류에 민감해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며, 이로 인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원인 불명의 사망으로 처리되었을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그리고 이번 뉴저지 남성의 사례가 바로 그가 두려워하던 첫 공식 확인 사례가 된 것이다. 이는 알파갈 증후군과 관련된 최초의 음식물 유발 사망으로 기록됐다.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갔다가 수십 마리의 새끼 ‘론스타 진드기(lone star tick)’에 물렸다. 이후 스테이크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한 어느 날 밤, 그는 새벽 2시에 극심한 복통과 구토, 설사 증세로 잠에서 깼다. 두 시간 후 증상은 가라앉았지만, 다음 날 아들 중 한 명에게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2주 후, 그는 한 야외 파티에서 오후 3시경 햄버거를 먹었다. 집에 돌아와 잔디를 깎는 등 평소처럼 생활했지만, 저녁 7시 20분경 다시 구토를 시작했고, 몇 분 뒤 아들에 의해 화장실 바닥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플래츠-밀스 박사는 유족의 동의를 얻어 부검 당시 채취됐던 혈액 샘플을 확보해 분석했다. 검사 결과, 남성의 혈액에서는 붉은 고기의 당 성분인 알파갈에 대한 면역글로불린 E(IgE) 항체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의 지표인 ‘트립타아제(tryptase)’ 효소 수치는 2,000ng/mL 이상으로, 이는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 사례에서 기록된 가장 높은 수치 중 하나였다. 모든 증거가 햄버거 섭취로 인한 중증 알레르기 쇼크를 가리키고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내 알파갈 증후군 환자가 최대 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이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조사에서는 의사의 42%가 이 병을 몰랐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사슴 개체 수 증가와 함께 론스타 진드기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야외 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