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를 둔 부모부터 은퇴 부부까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는 지혜
상담을 하다 보면 해외여행을 앞두고 급하게 유언장을 작성하러 오시는 노부부들을 종종 뵙게 됩니다. 연세가 있는 은퇴 부부가 동반 여행 중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할까 걱정되어 방문하시는 경우입니다.
대개 유언장은 노후에나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젊을 때는 재산이 많지 않기도 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죽음을 가깝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언장을 작성해야 하는 정해진 나이는 없습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면 복잡한 사후 절차를 고려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유언장 없이 사망하는 경우를 ‘무유언 상태(Intestacy)’라고 합니다. 고인의 의사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재산이 분배됩니다. 이 과정에서 재산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일괄 정리될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언장은 단순히 고령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과정입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유언장 작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유언장 없이 사망하면 법원이 유언집행인(Executor)을 임의로 지정하며,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후견인(Guardian) 역시 법원이 결정하게 됩니다.
유언장을 미리 준비하면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할 때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재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나이라면 유언장 내에 ‘유언 신탁(Testamentary Trust)’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망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신탁으로, 자녀가 일정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재산을 보호해 줍니다.
예를 들어, 상속인이 25세가 될 때까지 수탁자(Trustee)가 재산을 관리하며 생활비와 교육비, 의료비 등을 지급하게 하고, 35세가 되었을 때 모든 재산을 물려받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유언장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적절한 보호막이 되어줍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두신 경우라면 미리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유언장 작성 시 위임장(Power of Attorney),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Living Will), 보건 의료 대리인 지정(Health Care Proxy) 등의 서류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경제적 결정권을 대리인에게 부여함과 동시에,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결정권과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사를 명시하는 중요한 문서들입니다.
서류가 준비되면 증인 2명의 입회하에 서명과 공증 절차를 거칩니다. 이때 증인들이 유언장의 세부 내용을 볼 수는 없습니다. 증인들은 단지 작성자가 본인의 자유 의지로 서명했다는 사실만을 확인합니다. 강요나 압박 없이 스스로 판단해 서명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므로 개인 정보 유출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증인들이 나중에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유언장은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며, 수정 시에도 동일하게 증인 2명의 서명과 공증이 필요합니다.
유언장 작성의 또 다른 장점은 본인의 재산 상태를 명확히 정리할 기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유언장 없이 사망할 경우 유가족이 고인의 재산이나 채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배우자 한쪽이 모든 재산을 관리해 왔다면 남겨진 가족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재산 목록과 관련 연락처를 정리해 두는 것은 매우 유익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리스트를 유언장과 함께 보관하면, 사후에 가족들이 훨씬 수월하게 상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박재홍 변호사
JD, MBA, LLM in Taxation
NJ, NY, PA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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