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Rust) 기반 신규 시스템의 예외 처리 미흡이 원인… 기본기 중요성 재확인
지난 2025년 11월 18일,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핵심 인프라가 예고 없이 멈춰 서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수많은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들이 일제히 접속 불가 상태에 빠지며 디지털 세계는 마치 심정지 상태와 같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사태 발생 직후 클라우드플레어의 엔지니어들이 긴급 디버깅 작업에 착수하여 시스템을 가까스로 소생시켰지만, 이번 사고가 남긴 기술적 파장과 교훈은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사후 조사 결과, 이번 대란의 결정적인 원인은 최신 프로그래밍 언어인 러스트(Rust)로 새롭게 구축된 ‘FL2 프록시’ 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한 처리되지 않은 예외 오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용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HTTP 5xx 서버 오류 메시지를 마주해야 했으며, 이는 단순한 접속 장애를 넘어선 구조적 결함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고객의 보안 설정, 그중에서도 봇 트래픽 관리와 관련된 기능 파일이 동적으로 생성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시스템 설정 변경으로 인해 해당 파일에 중복된 데이터 행이 포함되었고, 이로 인해 통상 60개 수준이던 기능 항목이 200개 이상으로 급증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프록시 시스템은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를 위해 사전에 정해진 메모리 공간을 할당해 두는데, 예상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데이터가 유입되자 시스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치명적인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기존에 사용하던 구형 FL 프록시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데이터 유입을 문제없이 감지하고 안전하게 처리했다는 점이다. 반면, 새롭게 도입된 FL2 코드는 오류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를 검증 없이 받아들여 다음 단계로 넘겼고, 결국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을 멈추는 ‘패닉(Panic)’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기술적으로는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확인하지 않고 강제로 결과값을 추출하려다 발생하는 ‘Result::unwrap()’ 호출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원칙인 ‘입력 값 검증’과 ‘예외 처리’가 신규 시스템에서 철저히 무시되었음을 의미한다. 과거부터 수많은 보안 취약점(CVE)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입력 값 검증 부재가 이번에도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번 사건은 아무리 메모리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최신 언어인 러스트를 사용하더라도, 개발자가 꼼꼼하게 입력 데이터를 확인하고 예외 상황을 대비하지 않으면 거대한 재앙을 막을 수 없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미 검증되어 잘 작동하고 있는 기존 코드를 섣불리 새로운 언어나 시스템으로 재작성하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를 동반하는지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