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 속 이례적 수분 동반한 폭풍우, 필라델피아·뉴욕 공항 폐쇄 및 열차 운행 중단 등 피해 속출
미국 동북부 지역이 기록적인 폭우로 큰 혼란에 휩싸였다. 이례적으로 많은 수분을 동반한 느린 속도의 한랭전선이 몰고 온 이번 폭풍우는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교통망을 마비시키고 최소 1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 주지사와 에릭 애덤스(Eric Adams) 뉴욕 시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이번 폭우로 메릴랜드 주 마운트 에어리(Mount Airy)에서는 불어난 물에 휩쓸린 아동 1명이 배수관에 갇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캐럴 카운티 소방국은 50여 명의 구조대원이 1시간 가까이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끝내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통 대란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는 한때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었으며, 뉴저지의 뉴왁 리버티 국제공항을 비롯해 JFK, 라과디아 등 뉴욕 일원 주요 공항에서도 항공편이 무더기로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암트랙(Amtrak)은 필라델피아와 델라웨어주 윌밍턴 사이의 선로 침수로 모든 열차 운행을 중단했고, 롱아일랜드 레일로드(LIRR)와 뉴저지 트랜짓(NJ Transit) 역시 일부 구간 운행을 멈추거나 상당 시간 지연 운행했다. 맨해튼의 주요 도로인 FDR 드라이브 북쪽 방면이 침수로 폐쇄되는 등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퀸즈에 거주하는 한인 최준(Joon Choi) 씨는 평소 30분이던 퇴근길이 2시간 반 넘게 걸렸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국립기상청(NWS)은 이번 폭풍이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수분을 머금은 한랭전선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태튼 아일랜드에는 약 2인치, 브루클린과 맨해튼에도 1인치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게 되면서 폭풍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서 이러한 극심한 강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향후 홍수 위험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