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합의 열흘 만의 사태, 비자 문제와 맞물려 뉴저지 등 미주 한인 사회 불안감 고조
지난 9월 4일,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건설 중인 현대-LG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을 벌여 한국인 기술자 316명을 포함한 총 475명의 근로자를 체포했다. 이번 급습은 미-한 양국 정상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발생해, 70년 동맹 관계에 심각한 외교적 파장을 일으켰다. 일주일간의 긴급 협상 끝에 모든 한국인 근로자는 9월 11일 전세기로 귀국했지만, 이번 사태는 미주 한인 사회와 양국 경제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작전에는 500여 명의 연방 요원과 군용 차량, 헬리콥터까지 동원됐다.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배터리 생산 장비 설치와 기술 이전을 위해 파견된 숙련 기술자들이었다. ICE 측은 이들이 육체노동이 금지된 B-1 비즈니스 비자나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H-1B 등 적합한 취업 비자는 발급이 까다롭고 쿼터가 제한되어 있으며, 한국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임에도 전용 비자 혜택이 없는 실정이다. 체포된 근로자들은 285마일 떨어진 포크스턴(Folkston) ICE 처리 센터로 이송됐고, 일부는 족쇄를 찬 모습이 공개돼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부당한 권리 침해”라며 대미 투자에 미칠 영향을 경고했고, 외교 당국은 즉각 미국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외교적 해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초기에는 단속을 옹호했으나, 외교적 압박이 거세지자 태도를 바꿨다. 결국 양국은 9월 7일, 강제 추방 기록이 남지 않는 ‘자진 출국(voluntary departure)’ 형식으로, 신체 결박 없이 이송하고 향후 미국 방문 시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73만 달러를 들여 전세기를 마련했고, 근로자들은 9월 12일 무사히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사건은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한인 인구가 많은 뉴저지 한인 사회에 큰 불안감을 안겼다. 특히 한인 밀집 지역에서는 이민 단속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인 숙련 노동자를 위한 비자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연간 1만 5천 개의 전문직 비자를 신설하는 ‘한국과의 파트너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은 수년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뉴저지 한인 사회에 이민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비자 개혁 법안 지지와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