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학원에 한번 보낸 적이 없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대통령 상까지 받았어요.” “우리아이는 학교 공부를 아주 잘 하고 있거든요. 계속해서 Honor class를 듣고 있어요.” 힘든 이민 생활을 꾸려가는 부모들에게 공부 잘 하는 자녀가 있다면 이는 때로 힘든 이민 생활의 시름도 잊게 해줄 만큼 좋은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자녀가 중학교, 고등학교, 계속해서 부모의 바람대로 우등생이 되어주고 바른 가치관, 인생관을 가지고 적성과 희망 전공에 따라 가고 싶은 대학에 보란 듯이 입학해주는 일까지 뒷바라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학생의 신분에 있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학업을 충실히 감당하여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일은 비단 성적뿐만 아니라 그 자녀의 성실성, 자존감, 과제 수행 습관에 이르기까지 헤아리지 못할 만큼 긍정적인 순 기능으로 작용하기에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적 향상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자녀를 우등생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님과 자신이 원하는 여가시간을 보내려는 자녀 사이의 단순한 갈등은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다양하고 급격한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발달을 겪게 되면서 자녀들은 학교 공부보다 더 매력적인 흥미나 관심사에 몰두하기도 하며 어린 시절처럼 고분고분 부모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고 반항하기 시작합니다. 이민자 자녀들의 고민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개, 학교 성적 저조나 친구 사이에서 소외됨, 부모와의 관계의 문제, 자존감이나 자의식의 결여, 소비 욕구와 부족한 용돈, 외모에 관한 열등감, 인생의 의미나 가치에 관한 혼란 등의 문제들입니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문제해결을 위해 우선 인식의 차이부터 좁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부모들은 자녀와 문화적 세대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부모 세대는 단일한 한국 사회 속에서 빈부나 계층간의 차이 외엔 별다른 문화적, 가치관적 차이를 상대적으로 크게 느낄 수 없는 시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자녀들은 자신 스스로의 독립적 결정과 자율을 강조하는 개인중심적 미국사회의 다민족, 다문화적 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녀와 같은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부모들의 경험은 때로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정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연령, 이민연수나 가족 전통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겠으나 유교식 한국 문화에 익숙한 부모 세대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모역할의 유형은 바로 권위주의형 부모 역할입니다(Authoritative Parenting).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부모 역할은 쉽게 자녀들의 반감을 살 수밖에 없지요. 이에 반해 금동이 키우듯 하나 밖에 없는 자녀에게 뭐든지 제공하고 허용하는 극단 또한 자녀를 무례하고 버릇없는 방자한 아이로 만들게 됩니다(Permissive Parenting).
권위적 조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내 자녀만은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는 보상 심리는 자녀 자신이 온 가족의 관심의 중심이 되어야만 하는,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가 되게 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또한 자녀들의 감정이나 필요를 무시하며 늘 그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성급하게 비판하거나 잣대질하는, 자신만이 항상 옳다는 식의 부모 역할(self-righteous Parenting)이나 다른 아이들과 성격이나 외모, 성적이나 능력을 비교하며 열등감을 은연중 조장하거나 형제 중 일부만 두드러지게 편애하는 부모 역할(comparisons and favoritism)또한 지양되어야 할 그릇된 부모역할의 유형들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부모의 지속적 편애는 자녀들에게 평생 상한 마음을 갖고 살게 할 수도 있으며 자녀들의 자존감이나 자아관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편애하는 자녀들에게 잘한 일을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잘못에도 너그러운 반면 그렇지 못한 자녀들에게는 형이나 누나를 본받으라는 식의 비교나, 잘한 일에 대한 인색한 인정이나 칭찬, 잘못에 대해선 지나친 핀잔이나 잔소리는 분명 삼가야 겠지요. 부모의 애정 어린 부모의 격려와 칭찬, 관심과 기대야말로 자녀들의 올바른 양육과 성장을 위한 필수 영양소이며 나아가 자녀가 바른 가치관, 인생관을 가지고 적성과 희망 전공에 따라 가고 싶은 대학에 보란 듯이 입학해주는 일을 위한 작은 밑거름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정교육의 중요성과 부정적 부모역할 유형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