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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의 중요성을 뛰어넘는 바른 가정교육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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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의 원초적 제도인 가정은 장구한 역사 동안 종족 보존을 위한 재생산적 기능(reproductive function)과 자녀들의 양육, 교육, 문화가치전승을 통해 독립적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사회화의 기능(socialization function)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세기 동안 서구사회의 가정은 가정부재의 신화(Cult of Homelessness)라고 일컬어지는 위기를 겪게 되면서 가정의 경제적 생산기능은 사무실과 일터로 이양되었고 교육기능은 학교에 의해, 종교기능은 교회에 주도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가정의 오락기능은 TV나 인터넷, 전자 게임 등이 앗아가 버렸으며 조부모 세대를 위한 돌봄의 기능마저 양로원에 의탁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저는 식당에서 온 가족이 단란하게 외식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한 자녀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계속해서 휴대폰을 통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자녀들의 점심식사는 물론 아침마저 학교가 공급해 주는가 하면 마땅히 가정에서 주관되어야 할 태도교육이나 성교육조차도 학교에 의존하고 있음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자녀의 전인교육을 학교와 사설학원에만 일임하고 의존한다면 자녀 교육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모역할이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나 교사 그리고 학생이 삼위일체가 되어 서로 공조할 때에 보다 바람직한 교육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부모님들께서는 바쁘신 중에도 담임 교사와의 컨퍼런스에 참석하시고 학교가 우리 자녀들을 위해 위탁된 교육의 직임을 잘 완수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 학사 운영 및 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시기도 합니다. 자녀교육에 더욱 적극적이신 부모들께서는 자녀들의 교우관계나 방과후 활동뿐만 아니라 학교에서의 학업성취 정도나 학습태도 등에 관해서도 상세히 알고 계시며 자녀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구보다도 실제적이고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저는 가정이 상실해 버린 많은 기능들 중에서 반드시 회복해야 하는 기능이 바로 교육의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이 학년별 교과 과정을 가르치는 전문가라고 한들 자녀들의 예절, 태도, 인생관, 가치관 등에 관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타자(the significant other)는 역시 부모님들이십니다. 부모들이야말로 자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필요와 요구를 가장 잘 아는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과 돌봄의 시혜자(The primary care givers)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교사(parents as children’s most powerful teachers)이신 것입니다.
어린 자녀를 두신 부모님께서는 자녀들의 숙제를 봐주시고 독서를 지도하시는 등, 적극적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반면, 자녀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원에 등록시켜 다니게 함으로 할 바를 다 했다고 안심하실 수 없습니다. 자녀들의 학과성적이나 시험점수 향상을 위해 애쓰실뿐더러 자녀들의 올바른 양육과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좋은 부모됨(Parenting)에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됨이란 자녀들의 전인적 성숙과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정을 교육적-양육적 보금자리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부모님이 자녀에게 전통적 교사처럼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지시하는 권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서는 바람직한 의사소통과 관계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자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 단계 즉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화의 기술이 요청된다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기대하지 않는 성적으로 풀이 죽어있을 때, “공부하라고 할 때 공부 안 하고 도대체 뭘 했니?”라는 말은 피상적 책임추궁이 될 것이며, “누구네 애들은 학원 한번 안 가봐도 알아서 척척 잘한다는데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 모양이냐”라는 말은 쓸데없는 비교 열등의식을 조장하여 공부할 의욕을 상실시키며 부모에 대한 반감만 증폭시킬 뿐입니다. 자녀들의 정서와 자존감에 상처만 주는 이러한 말들은 마치 넘어져 있는 자녀들을 일으켜 주기는커녕, 다시 한번 짓밟는 것 같은 위험천만한 말들입니다.
자녀에게 용기를 주고 좋은 성적을 위한 재도전을 격려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배려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요전에 감기로 미칠 아프더니 그랬나 보구나(이해).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진 않았네, 뭐. 괜찮아!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뭐.(격려) 다음에 시험공부할 때 그럼 엄마가 동생에게 누나 방해하지 말라고 일러줄게(문제해결을 위한 제언)”라고 말해 준다면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녀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단지 “말과 혀로만” 대화하는지 아니면 진정한 관심과 사랑의 동기로 하는지 금방 식별해 냅니다. 이러한 대화의 기술은 단시일 내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신다면 점차 부모자녀 간의 진솔하고 신뢰하는 대화가 가져다주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자녀들과 친구처럼 다정하고 상호 존경과 신뢰하는 관계를 갖길 원하신다면 올해부터 좋은 대화의 훈련을 시작해 보십시오. 자녀들이 차근차근 쓰기 읽기를 배워가듯 부모님들께서도 좋은 부모됨을 배우기 위해 지속적인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실 때, 자녀로 인한 기쁨과 보람이 넘쳐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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