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한 인연, 새해의 평안과 만복을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 빠르게 지나갔다고들 말합니다. 한 해가 지나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두고, 30대에는 30마일의 속도로 달리고, 50대에는 50마일, 70대에는 70마일의 속도로 달린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인생 또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물안개와 같으며, 흙에서 왔다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씀이 떠오르는 연말연시, 송구영신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손수 모시고 도와드렸던 고인과 유가족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처음 만날 때는 병원 복도나 양로원 방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순간의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임종 예배를 마치고 나서는 이들의 무거운 표정에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묻는 말에 대답만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례 여정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여정이 끝날 때쯤에는 표정이 밝아지고, 천국 환송을 확신하는 듯 마음의 평정을 찾는 모습을 봅니다. 장례식 후에 “식사하러 꼭 오세요”, “도와줘서 고마워요”라는 인사를 들을 때면, 장의사로서 뿌듯한 보람과 직업적 사명감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하기에 장례를 마치고 나면 저 또한 기진맥진하게 되지만, ‘가족분들은 오죽 힘들까’ 하는 생각에 하늘을 쳐다보곤 합니다. 한두 달이 지나 연락을 드렸을 때 가족분들의 밝고 건강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달려가서 손이라도 잡고 지난 힘든 기간 함께했던 나날들을 이야기하며 차라도 한잔 나누고 싶지만, 그것 또한 제 입장일 뿐 상대방은 다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일 수 있기에 처신이 조심스럽습니다.
일일이 카드를 보낸다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제 겨우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저의 연락이 아픈 기억을 다시 되살아나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려서라도 인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전장에서 동료를 구할 때의 긴박한 순간이 깊은 동료애로 남듯, 유가족들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도 정을 느끼며 이 글을 올립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가족 여러분의 건강과 가정에 주님이 주시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만복이 넘쳐나시길 기도드립니다.”
– 가장 힘든 순간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축복장례식장, 손한익 장의사(201-602-1911) 올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