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와 겨울비가 만날 때, 누수와 침수를 막는 긴급 점검 포인트
지난주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습니다. 눈이 주는 낭만을 즐기기도 잠시, 이번 주 들어 기온이 급격히 오르며 쌓였던 눈이 녹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곧 많은 양의 겨울비까지 예보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포근해진 날씨가 반가울 수 있겠지만, 집의 관점에서 보면 눈이 녹는 해빙(解氷)과 겨울비가 겹치는 지금이 가장 가혹하고 위험한 시기일 수 있습니다. 급격한 기온 변화와 수분 유입은 주택 관리에 있어 ‘퍼펙트 스톰’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대상은 지붕 끝 처마에 매달린 ‘아이스 댐(Ice Dam)’입니다. 지붕에 쌓인 눈이 내부 열기로 녹아내리다가 차가운 처마 끝에서 다시 얼어붙어 얼음 둑을 만드는 현상인데, 기온이 오르고 비가 오면 이 둑 뒤에 고인 물이 지붕 마감재 사이로 역류하여 집 안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비가 오기 전, 긴 막대기나 루프 레이크(Roof Rake)를 이용해 지붕 끝자락의 눈을 조심스럽게 제거해 물길을 터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미끄러짐 사고의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지상에서 작업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점검해야 할 곳은 빗물받이(Gutter)와 선홈통(Downspout)입니다. 가을철 낙엽 청소를 미처 하지 못했다면, 낙엽과 얼음, 눈이 뒤엉켜 배수구가 꽉 막혀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지붕에서 녹아내린 눈과 빗물이 배수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넘쳐흐르게 됩니다. 넘친 물은 외벽을 타고 흐르거나 집 기초(Foundation) 주변으로 쏟아져 지하실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배수관 끝부분인 익스텐션(Extension)이 눈 속에 파묻혀 있거나 얼어붙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물이 집 기초에서 최소 1.5미터(5피트) 이상 멀리 배출되도록 길을 확보해야 합니다.
집 주변에 쌓아둔 눈 더미, 즉 제설 작업의 결과물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집 벽면 쪽으로 눈을 높게 쌓아두었다면, 지금 당장 그 눈을 집 반대 방향으로 옮겨야 합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이 눈 더미가 녹으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기초 벽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특히 지하실 창문(Window Well) 주변에 눈이 쌓여 있다면 창틀을 통해 물이 들이닥칠 수 있으니 주변의 눈을 말끔히 치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하실이 있는 집이라면 섬프 펌프(Sump Pump)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땅이 얼어있는 상태에서 표면의 눈이 녹고 비가 내리면, 지반이 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지하수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습니다. 펌프의 플로트(Float)를 들어 올려 모터가 힘차게 돌아가는지 테스트하고, 외부로 연결된 배출구 파이프가 얼음이나 눈에 막혀 있지 않은지 점검하세요. 만약 정전에 대비한 백업 펌프나 배터리가 없다면, 폭우가 쏟아지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집 내부 천장과 벽면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만약 천장 구석이나 벽면 위쪽에 물 자국이 생기거나 페인트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보인다면, 이미 지붕 누수나 아이스 댐으로 인한 피해가 진행 중일 수 있습니다. 다락방(Attic)에 올라가 지붕 밑면(Sheathing)이 젖어 있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누수는 방치할수록 구조목을 썩게 하고 단열재의 성능을 떨어뜨리므로, 발견 즉시 전문 인스펙터나 수리 업체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집 관리는 자칫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눈이 녹고 비가 내리는 지금의 날씨 변화는 우리 집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집 주변을 둘러보고 물길을 터주는 작은 노력이,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물난리로부터 지키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쾌적하고 안전한 집에서 평온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